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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전 일본 위스키 하이볼 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하이볼 문화와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 위스키에 대한 국민적 친밀함을 느꼈습니다.
- 특히 60~70대의 손님들이 편안하게 즐기는 바의 모습은 일본 위스키가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습니다.
- 반면 한국에서는 위스키가 밀주와 접대 문화와 연결되어 온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일본과는 다른 위스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6년 전, 위스키 하이볼 조사 차 일본에 갔습니다. 한낮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만나는 작은 상가들부터 들렀습니다. 정말 작은 규모의 이자카야들이 많았고 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간단한 튀김과 시원한 하이볼을 맛보았습니다.
저녁에 방문한 3개의 식당에서는 메뉴를 꽉 채운 하이볼 종류들을 다 맛보려다 얼큰히 취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안내를 맡아준 본사 출신 클라이언트 분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습니다.
다음 날, 방문한 증류소에서는 백발의 직원분이 본사의 배려로 제공된 특별한 워크샵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진행을 맡아주신 분은 평생을 증류소에서 일해오셨다 했습니다. 이후 일본식 백반을 먹고 숙소 근처의 '바'에 방문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60~70대의 손님들이 많아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시간은 저녁 7시 즈음인 걸 고려할 때, 비슷한 연령대의 저희 어머니라면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실 때이기도 하니까요. 그 순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타를 멘 헤어스타일이 화려한 한 50대 남성분은 빈자리가 없는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돌아서 나갔습니다.
그러다 가게 중앙의 자리에 앉은 60대 정도의 여성 고객을 발견했습니다. 그분은 집에서 계시다 마실 나오신 듯 아주 편한 복장과 슬리퍼를 신은 채 벽에 걸린 TV 뉴스를 시청하며 위스키 한 잔을 홀짝이며 마시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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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20년대부터 자국 내 위스키를 생산해 왔습니다. 위스키 유학을 떠났던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현지의 증류 방식과 설비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필기 및 그림을 그려서 돌아온 뒤 외산 와인을 팔던 사업가 토리이 신지로를 만난 함께 하게 된 것이 일본 위스키의 시작이라 합니다.
이후 대중에게 위스키를 반주로 마시는 관습을 제안하기 위해 일본식 코스요리에 위스키를 더한 사진첩 제작, 위스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국 1,000개 프랜차이즈 바 사업 진행 등 일본 내 위스키 브랜드 기업의 노력은 현재의 일본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 온 위스키에 대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제가 관찰한 모습들은 다 이 같은 배경이 있었기에 확인 가능한 당연한 순간들이었을 뿐이었죠.
그래서인지 일본인의 시선에서는 국내에서 활약하는 영업팀이 위스키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하다는 한 마디가 왠지 납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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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프로젝트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던 한국 오피스 내 영업팀 멤버분들은 최소 13년 이상 경력의 주류 판매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새로운 위스키 브랜드 출시에 맞춰 소개 자료 및 영업 멘트를 재정리하기 위해 점주 분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 정보가 무엇인가에 대해 풍부한 경험담을 공유해 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위스키라는 소재에 있어 넘을 수 없는 이해의 벽이 있다면 그건 오롯이 일상에서 접해 온 위스키 문화에서의 차이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영업팀분들은 위스키를 어린 시절부터 일종의 밀주로 경험해왔다 했습니다. 부자집인 친구의 아버지가 찬장에 고이 모아두던 양주. 국내는 주류시장의 수입 자유화가 1980년에 이루어졌고 한때 국가 산업으로 장려되었으나 기후 특징 상 증류 후 남은 원액이 적어 낮은 상업성으로 사라진 위스키 생산 의지 등의 배경의 차이. 접대 문화를 따른 위스키 유통 경로를 따라 그분들이 경험해 온 영업은 일본보다는 조금 더 음지에서의 활약으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조사 일정을 마치고 관광지로 유명한 오사카 성에 방문했습니다.
온통 채워진 벚꽃을 따라 오사카성을 구경하다 어느새 도요토미 히데요시 신사에 발을 들인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맞습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그 장본인.
이를 확인한 뒤 되돌아 나와 바로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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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본질은 고유합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 지역인지에 따라 제품의 의미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건 마케팅 및 영업에서 확인되는 태도, 메시지, 전략 자체의 뉘앙스를 보다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