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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현장 조사를 통해 20~30대 여성들의 혼술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발견하였으며, 이는 기존의 성공 기준에 대한 도전과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 특히 '방에 살아요'라는 한 20대 디자이너의 발언은 부모 세대가 정의한 성공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과 삶을 개척하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 YOLO와 소확행의 차이를 통해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성공과 달리 젊은 세대는 'Slow stability에서 Fast simplicity'로의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며, 자신에게 맞는 관계와 성공의 범위를 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장 조사 중 만나는 발견의 즐거움
위의 답변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몇 주간 머릿속에 채워진 서로 다른 크기의 수많은 점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그 전체의 형태를 이제야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볼 수 있게 된 느낌.
왜 여자들은 혼자 술을 마실까?
당시 나는 한 주류 브랜드의 연간 마케팅 캠페인 전략과 관련해 20~30대 여성들의 혼술의 의미를 찾는 위의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질적 조사를 진행 중에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꽤 흘렀고, 조사 참여자들과의 대화나 그들의 일상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경험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맥락’,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전체를 관통하는 그 흐름을 찾고 있었으나 개인의 사례가 많아지고 디테일한 정보들이 늘어나면서 나는 점점 애초에 내가 뭘 쫓아 여기까지 왔나를 고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이미 ‘혼자 있는 시간’이 곧 ‘고독 = 성장’과 같은 잘못된 질문들을 3~4개나 던지며 사고의 범위를 좁혀온 상황이었기에 심리적 압박감도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다 당시 함께 일하던 파트너 사에 방문해 나의 고민을 공유하던 중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낯선 한 20대 디자이너 분이 해준 대답은 감사하게도 내게 나름의 큰 깨달음을 주었다.
혼술은 ME TIME 중의 하나의 행위로 이해되었다. 사회적 롤플레잉에서 벗어나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에서 필요로 하는.
위의 대답은 왜 특별했을까?
일단 그녀는 ‘집’과 ‘방’을 동일한 수준으로 구별해서 표현했다.
무슨 이야기 나면, 우리는 그동안 성인이 되면 자신의 ‘집’을 구매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공한 수준의 기준점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기준으로 볼 때 ‘방’은 ‘집’에 속해있는 요소일 뿐 ‘집’과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은 ‘방’에 산다고 당연하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의 인테리어를 꾸미고 이를 공유하는 온라인 상의 공간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에서는 집이 아닌 방이 최상의 현실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드러났고, 이는 곧 20~30대 여성들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준점, 즉 부모 세대가 만들어낸 삶과 성공을 바라보는 기준으로의 관점 확대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YOLO와 소확행의 차이 = 태도의 변화
맞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구도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와의 관점의 차이. 그러나 이를 통해 보이지 않던 의미의 발견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한 때 아이유가 광고 모델로 등장했던 저도수 과일주 브랜드는 YOLO(You Only Live Once)를 기준으로 ‘일단 잊고 우리와 함께 즐기자’라는 의미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홍대에서 물총 쏘기 대회 등)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이런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는 댓글들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신들의 심각한 현실을 너무 마케팅 적으로 이용하는 거 같다는.
조사자로서 당시 나는 욜로를 기존의 부모 세대가 강조해 온 성공을 쫓다가 좌절한 젊은 세대의 자조적이고 반항적인 일탈이라고 이해했다. PR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던 한 인터뷰 참가자는 욜로를 ‘어느 날 갑자기 암스테르담에 있는 클럽에 가서 돈 쓰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며 웃었다.
반면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으로 검색되는 250,000개의 포스팅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일상의 모습에 가깝다 이해되었다. 예를 들면 ‘맥주 한 잔과 즐기는 치킨’의 이미지에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한 소확행’이라는 텍스트는 위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전혀 과하지 않다. 감정적인 분노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조용히 자신과의 시간에 몰두하려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가깝다.
나는 이 차이를 ‘행복과 성공을 바라보는 세대적 태도의 변화’라 판단했다.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던 평생직장이라던 개념은 사라졌고, 일상에서 중요하던 경제 공동체(회사 생활과 연계된 외부 활동)와 보내던 시간은 갈 곳을 잃었다. 이는 곧 문화 공동체(퇴근 후의 직장인들의 문화 모임, 취미 모임)로의 관심과 투자로 연결되는 결과로 드러난다.
조사 결과 혼자 사는 25~35세의 여성들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업무에서의 관계’로부터 비롯됨이 여러 자료들을 통해 드러나 있었다.(관련해 유교 탈레반이라 표현하는 조사 참여자도 등장했었다.) 여기에 세월호,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그리고 비선 실세 최순실 사태 거기에 그녀의 딸 정유라와 연결된 이대 교수의 드러난 치부는 기존 익숙한 사회, 경제적 구조에 대한 무너진 신뢰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의 열정을 바쳐 노력만 하면 해결이 될 거야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관계와 성공의 범위를 정하려는 태도의 변화를 결정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한 인터뷰 참가자는 회사 생활하면서 바라는 건 ‘내가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가고 싶은 데 갈 수 있는 것’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바람을 주변 친구들은 '야망 있네.' 라고 평한다고 했다.
당시 나는 이를 ‘Slow stability에서 Fast simplicity’로의 변화로 정리, 표현했었다.
‘방에 살아요’에 담겨있는 당당한 선언이 멋지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인 걸로 알고 있다. 이는 곧 기성세대들의 현 젊은 세대를 대할 때의 당혹감의 크기를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조사 참여자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를 향한 기대가 그전만큼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업계의 선배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어도 그들로부터 경험이나 기회를 얻기를 막연히 기대하며 존경을 표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히 하고 관심을 둘 곳을 제한하려 하는 태도의 변화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자신을 위한, 세상을 향한 선언이 맨 처음 공유한 ‘방에 살아요’에 잘 녹아있었구나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관련 조사 내용은 앞서 언급한 브랜드의 연간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서 처음의 30대의 센 언니 콘셉트가 아닌 같은 고민을 하는 20대의 시선으로의 변경에 영향을 주었다.
매번 느끼지만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려 하는 건 쉽지 않다. 결론을 내려도 조사자 개인의 자의적 해석의 한계로 인해 모두를 설득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나는 타인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인식의 확장은 숫자로만 표현되어야 중요하다고 믿는 기업의 관점에서 못 보는 기회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자주 경험한다. 세대를 뛰어넘어 삶을 바라보는 새로움과 다양한 분야로부터의 깨달음을 얻는 이 작업이 나는 참 좋다.